작성일 : 11-05-27 13:11
골판지원지 가격 폭등전야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2,450  

골판지원지 가격 폭등 전야

업계의 신뢰 재구축 긴요

 

한국골판지포장공업협동조합

전 무 이 사 김 진 무

 

지난 5월 23일 전격적으로 6월 1일부로 골심지가격 인상을 통고한 아진제지의 발표를 계기로 조만간 골판지원지 가격이 대폭 인상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조합은 지난해 12월부터 골판지원지 가격인상 요인의 제거와 인상자제 메시지를 폐지업계와 제지업계에 지속적으로 펼쳐왔지만, 지난 4월부터 급격히 인상되는 폐지가격을 감안하면 6,7월의 가격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해 왔으나, 이처럼 일주일여 남기고 가격인상을 통고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일 뿐 아니라, 거래 상대방을 철저히 무시하는 일이라는 업계의 불평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저는 일주일여 남기고 전격적으로 인상을 통고한 일과 골판지원지업계의 일치된 입장도 아닌 상황에서 깃발 들기를 자청했다는 점은 업계의 자존을 무시해도 된다는 만용에 가까운 결단이라는 2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는 한목소리로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점을 업계 최고경영자들께 설명 드린바 있습니다. 골판지원지 가격의 변동은 골판지포장업계, 지함업계, 그리고 포장재를 사용하는 광범위한 수요업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 때문에 시장의 상황을 살피고 시장을 상대로 지속 설득한 결과물로 인상 등을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한 결과물로 보입니다. 아진제지의 통고 이후 2~3일간 전업계가 혼돈과 경악 수준의 반응을 보였고, 애먼 조합에 대고 무기력을 탓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왜 그러한 결단이 나왔는가를 냉정히 판단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골판지원지 가격 인상 전에 시장을 설득하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는 점을 주요 그룹 회장님들께 보고 드리고, 업계의 화합과 신뢰회복의 전기를 마련한 후 시장에 불가피한 점을 설득하라는 말씀을 드린바 있습니다. 다행히 아진제지의 일방적 통고는 유야무야의 상황을 맞게 되었지만, 사실은 아진제지의 가격인상은 전조에 불과한 얘기입니다. 작년 골판지원지가격이 인상된 3월 당시의 폐지(OCC)가격은 톤당 18만원 수준이었지만, 현재 폐지 가격은 25만원을 뚫고 있으며 조만간 28만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조만간 골판지원지 가격 인상폭은 대폭이 될 것으로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저는 이를 계기로 대만의 폐지 및 원지가격 수준을 들춰보았는데 폐지는 24만원, 골심지는 54만원, 라이너는 62~67만원 수준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대만보다 항상 싸야 한다는 원칙이 어디에도 없는 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가격 수준에 경악하고 긴장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일입니다. 원재료가격이 싸다면 이익이라도 많이 내어야 할 일인데, 기실 거래처에 다 퍼주는 일만하고 있지는 않은 건지 되돌아 봐야할 때입니다.

  저는 이번 자동차부품기업 유성기업을 보면서 퍼뜩 들어온 것이 하나 있습니다. 감히 일개 부품업체가 대한민국 대표기업들인 자동차회사의 공장을 멈추게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땀흘려 만든 골판지상자가격이 대기업자를 만나면 낙동강 오리알 떨어지듯 추락을 하고, 원가에 미치지도 못하는 가격으로 납품하면서도 거래단절의 두려움에 언제까지 공손을 떨어야 하는지 미치도록 답답할 노릇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최근 대규모기업집단의 소모성자재사업에 대한 문제점 제기와 납품단가 연동과 관련한 하도급법령 개정,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문제 등에 집중하고 있지만, 제도를 만들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는 자괴감이 가슴 한구석에 깔려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자의 골판지포장사업은 직접 투자하는 생산시스템 확보에서 구매대행의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직접 투자하기에는 투자 대비 실익이 없고, 설비 부지 인력 확보를 위해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전화기 몇 대, 영업 및 관리사원 몇 명만 있으면 가능한 구매대행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대규모기업집단의 소모성자재사업의 해당품목은 잡다한 소모성 자재 분야를 넘어 하도급물품인 골판지상자까지 넘보고 있는 이분들은 나중에는 생산시스템까지 장악할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골판지상자 영업기반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시점이 되면 이들 회사에서 퇴직하는 임직원들의 전관예우, 그리고 친인척들의 요구를 외면치 못하고 사업지원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우리는 지난 중소기업고유업종 제도 운영 당시 이와 같은 사례를 봐왔기 때문에 단언하는 것이며, 이 결과는 대기업과 인연이 없는 중소 골판지포장업체들의 생존기반 상실로 이어질 것입니다.

 당장의 일이 아니라고 자위하고 있을 시간이 없으며 각자도생(各自圖生)의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사업이 될 것입니다. 어서 빨리 정부에 제도장치 마련을 온몸으로 요구하고, 스스로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전골판지포장업계가 총력 대응하고 방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
리가 소모성자재(MRO)기업들의 요구에 한 몸으로 대응한다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 유성기업의 파업은 큰 시사점으로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