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9-03 09:11
손명섭! 그분이 남긴 흔적을 얘기하다.
 글쓴이 :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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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명섭! 그분이 남긴 흔적을 얘기하다.

 1994년, 한국 경제는 유사 경기 호황기를 맞으며 대부분의 원부자재가격이 인상되면서 또한 한국골판지포장산업계도 원지가격 폭등상황을 계기로 어쩌다 골판지상자 가격을 연동 반영할 기회를 잡았다. 감히(?) 수요자인 대기업자를 대상으로 실로 오랜만에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사실 IMF전조 증상임을 깨닫지 못하면서 골판지포장산업계는 흥청망청 외화자금을 유치하고, 착시호황으로 생산설비 증설을 경쟁적으로 시도하면서 결국엔 과잉설비 ⇒ 과당경쟁 ⇒ 적자산업화의 순환구조를 만들게 된다.(전산업계의 공통된 흐름이었지만...) 골판지포장업계 내부에서는 유일한 경쟁논리로 “매출 확장을 통한 시장 선점”을 얘기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는 규모의 경제 달성이라는 그럴듯한 이론으로 포장되어 대표적 경영가치로 회자되기에 이르렀다. IMF가 닥치면서 조석으로 부실기업들의 시장도태가 발표되면서 무분별한 擴販논리가 퇴조하고, 수익률관리가 경영 대세로 자리하고 한국골판지포장업계의 전혀 새로운 경영과제가 발등의 불이 되어 우리 앞을 가로막아 섰다.

 이 시점에서 업계 리더로서 동분서주하던 류종우 이사장의 어깨를 덜어주는 전혀 새로운 인물이 한국골판지포장업계에 진입하게 된다. 1967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이래 삼성전자 총괄 부사장을 역임한 제일산업(주) 손명섭 사장을 얘기하는 것이다. 1999년 4월 제일산업(주) 대표이사로 부임한 손명섭 사장은 골판지포장조합 이사를 승계하면서 만성적인 적자산업화에 시달리는 한국골판지포장업계의 새로운 방향성을 정립하는 주도적 역할을 맡게 되다. 만성 적자에 허덕이던 제일산업의 경영 합리화를 진두지휘하면서, 동시에 골판지포장업계에 만연된 확판경쟁, 이로 인한 상호 불신의 벽을 허물어 신뢰와 협력만이 공생할 수 있다는 논리로 “확판경쟁 止揚, 수익률관리 指向”을 말하게 된다.
 이러한 그의 노력으로 제일산업(주)은 1999년 대비 현재 4배 이상의 기업 덩치를 키우고, 총괄 경영하였던 유진판지공업(주) 및 (주)에이팩을 우량기업 반열에 오르게 하였으며, 한국골판지포장산업은 밤낮으로 경쟁!, 경쟁! 만을 부르짖는 척박한 풍토에서 협력과 상호 존중의 정신이 싹 트게 된 것도 앞장서온 류종우 이사장과 호흡을 맞춘 손명섭 사장이 함께 해왔기 때문이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경쟁을 통한 점유율 확대가 경영논리로 깊숙이 자리잡은 골판지포장산업계에 글로벌기업을 경영해온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새로운 시장 창출을 통한 경쟁완화, 수익률 관리 기업경영이 당면한 과제로 등장했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했던 손명섭 사장께서 지난 3월 말일자로 제일산업(주) 대표이사직을 내려 놓으셨다. 31여 년간의 삼성그룹 핵심으로, 15년간의 골판지포장산업계의 중추적 역할을 거친 자리를 내려놓은 것에 많은 고마움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우리조합에서 그분의 공로를 감사히 여겨 몇 차례 포상도 제안한 바 있었지만, 그때마다 사양하면서 『우뚝 선 자리에서도, 항상 낮은 자세를 견지』해 오신 정신을 후배들은 마음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