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0-04 15:21
영어식 명칭변경에 대한 변명
 글쓴이 : 김진무
조회 : 1,763  

                                        
                                         영어식 명칭변경에 대한 변명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의 이름과 명칭들이 영어식으로 변하고 있다. 연예인들의 이름은 물론이고, 유수의 기업들도 사명을 영어 이니셜만으로 표기하는 방식으로 시류가 바뀌었다. 가까이는 내 작은딸 혜빈이의 이름이 쥴리아 김, 이웃한 친구 이름 김성일이가 스티브 김이고, 시류에 편승하고자 회사 이름을 지었는데, 그도 코르피아(Corpia)이다.

 골판지포장조합과 이웃사촌이라 할 수 있는 한국지함공업협동조합은 지함업계의 확장적인 정체성을 갖기 위해 영문으로 명칭을 바꾸려 하면서 조합원사에 적절한 명칭을 공모한다는 소식이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바뀌는데 골판지포장조합은 바꿀 의사가 없는지 조심스런 물음들이 이전부터 간간히 이어져 왔다.
 
 골판지! 글자로만 보면 꼴통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들이 있다. “골”이라는 단어는 골방, 골초, 골통 등이 연상되어 왠지 모르게 어둡고 보수적, 수구적 느낌이 앞서기 때문에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신해야 하는 현대산업 질서에는 맞지 않은 용어라는 뜻이다.
 지난 10월 3일 개천절, 하루를 쉬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대한민국이 개천절로부터 왔듯이, 골판지는 우리식 고유 이름을 창조한  1963년 11월 한국골판지포장공업협회의 창립에서 비롯되었는데 왜 지키려 하지 않고 바꾸려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시류에 편승할 수밖에 없는 소비재 산업이나 서비스업, 그리고 무한 변신을 통한 지속발전을 꿈꾸는 기업이나 개인의 입장에서는 바꿔야 할 당위성이 있지만, 우리 산업이 거기에 해당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오히려 역사성과 정통성 그리고 거기에서 우러나온 정체성을 갈고 닦아야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골”은  일본의 단보루(단이 졌다), 중국의 와릉지판(기와의 고랑모양) 코르게티트(주름진) 등 형상을 글자로 나타낸 외국의 예와 같이 골짜기, 고랑 등을 연상하여 순수 우리말로 만들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