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10-27 11:16
대잇는 장수기업들의 특별한 성공 DNA
 글쓴이 :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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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중앙회 선정 ‘국가대표급’ 장수기업…가정교육·사업경험 필수

[프라임경제] 급변하는 경제 여건 때문에 생겼다 사라지는 기업이 수도 없이 많지만 창업에서부터 2대, 3대로 가업을 잇고 있는 장수기업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가족 경영’ 문화가 비교적 보편화 돼 있는 우리 사회에선 가업을 잇는 장수기업은 후한 점수를 받는다. 장수기업의 경우 대개 경영철학이 반듯하고, 비교적 건실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는 대를 이어 가업을 계승시키고 있는 한국의 ‘국가대표급’ 중소기업을 선정해 소개했다. 장수기업들은 ‘근면’ ‘성실’ ‘도전정신’ 등의 공통적인 ‘경영 DNA’를 갖고 있었다. 이들 기업들의 경영철학과 가업계승 성공 이유 등을 정리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족기업의 비중은 68%. 사회전반의 고령화 추세로 인해 1960~1970년대에 창업한 경영1세대들이 자식들에게 가업을 승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합법적이면서도 원활한 가업승계는 국가 경제를 안정,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사진=(좌)동성제약 창업주 故 이선균 회장, (우) 2대째 대를 이은 동성제약 이양구 대표>

◆골판지 생산 1000억원 매출

1957년에 설립된 골판지상자 공업업체 (주)한국수출포장공업 허용삼 대표는 1982년 허 사장의 아버지인 고 허석락 회장으로부터 가업을 승계 받았다. 이후 허 사장은 기계화, 자동화 시설 확대로 연간 1000억원의 매출과 1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현재 부사장을 맡고 있는 정훈 씨는 허 사장의 아들로 이 회사는 3대째 가업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 기업의 사훈은 근면·성실·봉사다. 대를 이어 변함없이 지켜지고 있는 우직한 근면 성실의 철학, 그것이 바로 한국수출포장공업의 성공을 이끈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정로환’ 집념 신화

37년 동안 국민들의 속탈을 달래준 ‘정로환’과 ‘아름다운 갈색머리’ 등으로 유명한 염색약의 명가 동성제약(대표 이양구). 1957년 설립 후 지난 2001년 고 이선규 회장의 셋째 아들인 이양구 사장이 대를 이어 화장품 사업과 신약 제조로 동성제약의 명성을 꾸준히 이어 가고 있다. 이 회사의 꾸준한 성장요인은 집념과 실패경험에서 얻는 기회를 원동력으로 꼽을 수 있다. 창업주가 보였던 사업 아이템 발굴을 위한 무서운 집념을 후계자가 이를 이어 받아 실패 속에서도 돌파구를 찾아 보다 내실 있는 경영으로 전환하는 위기관리 능력은 이 회사의 전통이 됐다.   

◆3형제 돌아가며 ‘대표’

금속용기 제조업체인 (주)대륙제관(대표 박봉준)은 1958년 박창호 총회장에 의해 설립됐고,  2003년 차남인 박봉준 사장이 4대째 가업을 승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륙제관은 세계 최초로 넥트인 캔(Necked-In Can)을 발명했다. 이는 다중적제, 공간활용을 극대화 시키며 특히 캔을 장기 보관할 때 생기는 녹 발생, 오염 등의 문제를 개선했다. 이 기업의 특징은 창업주의 3형제가 모두 대표직을 역임하며 강력한 가족애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위기 속에서도 2세 경영인 중심으로 한 가족들의 믿음으로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만들었다.  

◆서로 믿고 맡기는 신뢰의 힘

1967년 창업한 (주)영신금속공업(대표 이정우)는 1999년에 창업주 이성재 회장의 아들인 이정우 사장이 대표 자리를 물려받았다. 영신금속공업은 국내 최초로 스크류를 개발하고 볼트, 단조부품을 생산하는 패스너 전문업체로 국내외 자동차, 기계 등 1만여 종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정우 사장 취임 이후 찾아온 자동차 납품회사들의 부도는 가장 큰 위기이자 기회였다. 이 사장은 연속 적자상황에서도 과감한 기술경영 투자로 위기 속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사장은 “아버지의 지나친 간섭이 아닌 큰 방향만 잡아 모든 걸 믿고 맡겨 주는 아버지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이처럼 위기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던 데는 신구 직원들의 협력조화와 인간관계, 거래관계에 있어 신뢰를 중시 했던 이 회장의 뜻을 그대로 이어 받은 ‘효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뚝심의 기술개발로 명문가 ‘우뚝’ 

1968년 설립된 비철금속 생산업체 (주)이구산업(대표 손인국)은 창업주 손정환 회장의 아들인 손인국 대표가 1983년 가업을 승계했다. 이구산업은 비철금속 산업의 신동품 압연 등이 주요 생산품이었지만 개발을 거듭하면서 전자제품과 자동차, 반도체등 첨단 분야에 들어가는 고품질의 제품 생산으로 비철금속 소재의 세계강자로 거듭나고 있다. 포승공장은 손인국 사장의 야심작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됐다. 공장 완공 3년 만에 1831억원이라는 괄목할 매출 성과를 이룬 것이다. ‘경영자가 부지런해야 회사가 큰다’는 손정환 회장의 뜻을 받은 손인국 사장은 해외 진출과 품질력 향상으로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손 사장의 아들인 장원 씨는 이 같은 토대를 이어받으며 현재 경영수업 중이다. 이구산업은 3대를 이어가는 명문 장수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평사원 밑바닥 경험…공통분모

초대에서부터 2대, 3대로 가업을 잇는 경영 후계자들은 평사원으로 입사해 회사 말단에서부터 시작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동성제약 이양구 사장은 창업주의 아들이지만 직책 없는 말단 사원에서부터 시작해 전 작업장을 돌면서 자기가 할 일을 찾고 직원들과 함께 굳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5년 동안 생활 경험을 쌓았다.
이양구 사장은 “생활 경험을 통해 공장 설비, 상품 제조과정, 유통 등 기본적인 부분들을 경험한 것이 실전 경영을 위한 큰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수출포장공업 허용삼 사장은 23세 때 평사원으로 입사하고 현재의 허 사장의 아들인 허정훈 부사장 또한 평사원으로 3년간 경력을 쌓고 현재 부사장의 직위에 있는 등 회사 전통을 그대로 계승한 좋은 사례다.

중소기업중앙회 가업승계센터 관계자는 “가업승계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전략적 접근, 가정교육, 사업경험 등의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며 “특히 가업승계는 민법, 상법 등 기업의 소유권과 관련된 법률문제가 복잡한 만큼 관련사항을 면밀히 검토하고 원칙대로 진행해야 계획된 후계자에게 소유권이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프라임 경제, 2009,. 10.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