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7-16 11:47
“하면 된다 VS 하면 안된다”에 대한 단상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1,962  

1. “하면 된다.”는 대표적인 긍정의 정신
 어떤 한계점에 봉착했을 때 머뭇거리고, 어떠한 일을 시도해 보지 않고 주저주저하고 있다면,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변화된 새로운 모습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시도해 보라는 의미로 “하면 된다.”라는 말이 나온 것이 아닌가 추론해 본다. 생각해 보면 “하면 된다.”는 3공화국 시절 이래 대표적인 긍정의 표현으로 자리잡고, 산업현장이나 병영 내에는 어김없이 표어로 등장하고, 우리의 생각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한민족 5천년 역사 이래 수백번의 외침과 가난의 질곡을 벗지 못한 우리가 지금에 와서 경제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세계 1위를 달리는 많은 상품을 배출하면서 유사 이래 처음으로 가난을 극복한 것도 “하면 된다.”라는 긍정적 정신이 가져다준 귀중한 산물이라는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2. 골판지포장기업계에서의 하면 안되는 사례
 그러나 “하면 된다.”는 것이 구호로만 존재하거나, 맹목적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하면 안된다.”의 경우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일이다.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은 사라진 얘기지만, 멀지않은 과거에 전환사채를 좋은 조건으로 발행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신제품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정부와 펀드매니저에 적극적인 구애 공세를 펼친 끝에 신기술로 인정받아 원했던 조건으로 전환사채까지 발행하면서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하면된다.”는 신념이 통했던 한 회사가 있었다.
 신기술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① 결과치가 진보적이고, ② 효율이 향상되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시너지가 없는 단순한 구조변경으로 포장된 기술은 신기술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골판지포장업계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보란 듯이 정부로부터 신기술 인증을 받았었다. 당시 어느 펀드매니저 모임의 초청을 받아 골판지포장산업 동향에 대한 발표를 하는 자리에서 기술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는 질문에 대하여 나는 신기술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단호한 평가를 내린 적이 있었는데, 참석자 중 한사람이 일어나 불같이 화를 내며 “그 회사 주식 10주만 사놓으면, 당신은 1년 내로 벤츠를 굴릴 것”이라는 비아냥을 놓았던 기억이 난다.
 이후 시장에서 신기술에 대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전환사채 환급 시점에 주가의 폭락을 겪으면서 회사의 오너는 수십년에 걸쳐 키워온 기업을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고, 업계는 업계대로 대내외적으로 불신과 갈등이 극에 달했던 적이 있었다. “하면 안된다.”의 경우였는데도, “하면 된다.”를 무모하게 펼친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3. 최강 스페인 무적함대의 무모한 도전
 스페인의 펠리페 2세가 당시 해적질을 일삼는 영국을 무력화하기 위하여 전함 130척, 수병 8,000명, 육군 19,000명, 대포 2,000문을 싣고 서구 역사상 최강의 함대를 구성하여 영국 침공에 나섰으나, 결국 무적함대는 겨우 54척의 배만 이끌고 귀환할 정도로 처참한 패퇴를 당하였다. 1588년 바다를 주름잡았던 스페인의 무적함대(Armada)와 영국군은 영불해협에서 해전을 치루면서 스페인의 패배과 함께 영국은 “해가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을 세우는데 결정적 기회를 맞게 된다.
 당시 무적함대는 운이 없어서 또는 북해의 험난한 파도에 의해 패배한 것이 아니라, 내부의 적에 의해 실패한 것이다. 무적함대는 출항 전 영국 해적 드레이크에 의하여 물통제작용 목재운반선이 침몰됨으로써 목재 건조기간 2년 이상 개전시기가 늦춰질 수밖에 없었는데, 펠리페 2세는 이를 무시하고 출정을 명하였다. 출항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물통과 물은 썩게 되고 병사들은 병들어 신음하게 되었고, 전의를 상실한 무적함대는 스스로 자멸하게 된다. 당시 유럽 최강국으로 무서울게 없었던 카톨릭 국가 스페인은 쇄락의 길을 가게 되고 유럽 내에서 카톨릭이라는 유일 체제가 무너지면서 각지에서 민족국가가 만들어지는 발판이 마련된다.
 이렇듯 말도 안되는 일이 세계역사의 큰 물줄기를 바꾼 사건을 보면서 사소하지만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가히 상상할 수도 없는 결과까지 초래 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4. 도전은 준비성과 목적의식을 완비한 후에
 앞서 첫번째 사례는 국가부강을 위해 거국적으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일사분란하게 실행하여 “하면 된다.”의 실증적 사례를 보여 주었는가하면, 나머지 두 사례에서 보듯이, 무모한 도전은 내 것 뿐 만 아니라 남의 것까지 모두 잃게 하는 최악을 가져 올 수도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한국골판지포장산업계가 당면하고 있는 치열한 과당경쟁체재에서 자칫 섣부른 전략과 무모한 판단은 전부를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면 된다”는 도전정신은 치밀한 준비성과 합리적이고 정당한 목적의식을 전제로 할 때만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지, 대책도 없이 밀어붙이는 식의 도전은 만용이며, 실패를 부를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기억해야한다.
 
하면 된다?
하면 안되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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